1982년 3월 27일, 동대문야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개막전 1차전. 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이 경기를 TV로 시청하며 무척이나 들떠있었습니다.
우승 후보로 여겨졌던 삼성 라이온즈에 비해 MBC 청룡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신생팀이었습니다. MBC 청룡이 상대적 약팀이라 그랬을까요, 감독 겸 선수인 백인천이라는 스타가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린 나이임에도 저는 1회부터 MBC 청룡을 열렬히 응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반전. 10회 말 청룡의 이종도 선수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MBC 청룡이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당시 이 경기는 저에게 아주 벅찬 감동을 주었고, 오십이 넘는 지금도 LG트윈스를 응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KBO(한국야구, 보고 있나..역전명승부 프로 첫경기[그해 오늘],이데일리)
그런데 안타깝게도 LG 트윈스는 1994년 이후 거의 3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타 프로야구단과 비교해 꽤 많은 투자가 있었음에도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만년 하위 팀으로 머물러 팬들에게는 늘 아픈 손가락이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분야에서 회자되는 그 유명한 DTD(Down Team is Down!!!) 이론의 훌륭한(?) 모델이 될 정도로 말이죠.
LG 트윈스가 우승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부실한 팀워크를 지적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야구에서는 수비 단계의 9개 포지션이 있고 이 포지션별로 정해진 기능들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정해진 기능 및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각 기능들 간의 연계 플레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팀워크라고 합니다. 한때 암흑기의 LG 트윈스는 분담된 역할 간의 상호작용, 즉 팀워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팀 빌딩을 위해서는 우선,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한 역할 분담, 과제 발견 및 해결 등 업무 프로세스에 있어서 구성원 간 서로 솔직!!! 하게 대화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팀워크는 3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돌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톱니바퀴는 목표 공유인데, 구성원 모두가 팀이 지향하는 방향을 서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톱니바퀴는 역할 분담입니다. 팀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뿐만 아니라 모호한 경계선에 있는 역할을 조화롭게 분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프로세스 개선으로 정해진 프로세스를 되돌아보고 과제를 발견하고 허심탄회하게 문제의 원인을 논의하고 개선해 가는 것입니다.
이 3개의 톱니바퀴가 잘 어울리고 맞물리도록 하는 것이 리더가 수행해야 할 팀빌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적이 좋지 못했던 시기의 LG 트윈스를 분석해 보면 특히 두 번째의 톱니바퀴, 구성원 간 역할 분담에 빈틈이 있었습니다.
당시 LG 트윈스는 팀 구성원들이 각자 정해진 포지션은 잘 수행하고 있었지만, 역할이 중첩되거나 모호한 상황에서는 조화롭지 못한 행태들이 자주 나타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팀이 경기를 리드하는 상황에서 희생타를 대처하는 경우 외야수의 포지션과 연계 플레이가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홈 송구가 늦어진다든지, 홈에서 투수의 백업 플레이가 안일하든지, 그리고 서로의 잘못에 대해서 팬들 앞에서 동료를 질책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LG 트윈스가 최근 몇 년간 달라졌습니다. DTD의 오명에서 벗어나 팀워크의 첫 번째 톱니바퀴에 해당되는 Win Now(올 시즌 우승)를 캐치프레이즈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면서도 연계 플레이와 백업 플레이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제1선발 외국인 투수가 야수의 백업 플레이를 위해서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가는 모습에 팀 동료와 팬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내면서 세 번째 톱니바퀴인 프로세스의 개선이 멋지게 이루어졌습니다.
△사진=조선비즈(LG 트윈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겪은 LG 트윈스는 드디어 2023년에 무려 30년 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맞게 됩니다. 지금까지 프로야구 LG 구단을 사례로 고성과팀(High Performance Team)에게 필요한 요소 중에서 정해진 역할 분담과 모호한 역할의 적극적 가담의 중요성을 소개하였습니다.